blow 5 중고 거래에 대한 추억 '힘들면 돈 안줘도 괜찮아'
그때가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납니다 ^^
12년 9월 11일 이었지요.
그때의 일기가 남아있거든요 ㅎㅎㅎ
우연히 이 일기를 발견해서 참 이런저런 생각이듭니다
제가 사회 초년생일때의 일인데요
음악 작업실에서 사용할 스피커를 위해
미디앤 사운드 중고거래 게시판에서
작업용 스피커를 구한다고 글을 올린적이 있습니다.
며칠 후 인프라소닉사의 Blow5 스피커를 팔겠다는 연락을 받았는데요.
그당시 사무실 월세에 허덕이던 때라서, 돈이 몇일후에 들어온다고
그때 거래해도 괜찮겠냐고 말씀드렸더니
거래자 분께서 학생이냐고 돈은 그냥 천천히 줘도 된다고
얼마 생각하고있냐고 여쭤보시더라구요
23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하니
어디사냐고 가져다 주겠다하고 말씀하시는데.
아무래도 작업용 스피커는 크기도 무게도 나가서 직접 옮기기가 힘들고
제가 어린걸 눈치채고, 차로 배달을 해주시려고하신거 같아요.
보통은 그냥 알아서 가지고가라하고 배달은 안해주시는데..
눈치채고 바로 배달해주신다는말씀에 되게 감동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잘해주지? 하는 의심도 들었습니다.
제가사는 지역을 말씀드리니, 마침 목요일 쯤에 그쪽에 일이 있으니 가져다주겠다고 하십니다.
작업용 스피커는 처음이냐며 케이블은 있냐고, 거래자분께서 쓰시던 케이블을 직접 또 챙겨주시기도 하셨어요
정작 거래자분께서는 용인에서 케이블을 다시 구매하셨다고하네요 ㅠㅠ
정말 감사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케이블도 본인꺼 주고 그러면 남는게 없을텐데
왜이렇게 잘해줄까? 무슨 꿍꿍이가 있나 의심이 들었지만
정말 쓸때 없는 걱정이었습니다.
거래자분께서는 직접 저희 사무실앞으로 와서
고급 케이블과, 스피커를직접 옮겨서 설치까지 도와주시고
이런저런 음악적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아가시면서
힘들면 돈 안줘도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진짜 그저 음악하는 처음 보는 후배를 위해 힘써주시는 그분의 선행을
그동안 의심했던게 너무나도 죄송하고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리고 돈이 들어오는대로 바로 입금을 해드리고
종종 그 선배님의 스튜디오를 방문드리곤했는데 군대를 다녀온 이후로는
연락이 안되네요 ㅎㅎ
저 또한,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요
일기를 다시 읽기 전까지는 그때 그 일을 잊고 있었지만
그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다짐과 감동은 제 안에 남아 있었는지
저는 지금 제 사비로 무료강연이나 레슨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내려온 이 따듯한 마음들이 멀리 멀리 오래오래 퍼지기를~